현재 금융 시장은 전설적인 역발상 투자자 마이클 버리와 기술주 분석의 대가 댄 아이브스 사이의 팽팽한 시각 차이로 요동치고 있다. 한쪽에서는 과거의 거품 붕괴를 소환하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다른 한쪽은 이제 막 시작된 '역대급' 사이클을 외치며 장밋빛 미래를 전망한다. 두 사람의 논쟁은 단순한 낙관과 비관을 넘어,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 차이를 드러낸다.


골드만삭스가 보여준 '침체 확률의 롤러코스터'

이 논쟁의 배경에는 극도로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얀 하치우스 팀이 제시한 미국 경기 침체 확률은 2025년 한 해 동안 급격히 출렁였다.

  • 2025년 3월 초: 20% — 안정적인 경제 지표
  • 2025년 3월 말: 35% — 트럼프 행정부의 전면적 관세 정책(일명 '해방의 날') 발표
  • 2025년 4월 7일: 45% — 보복 관세와 금융 여건 긴축
  • 2025년 5월 12일: 35% — 90일 관세 유예 조치
  • 2025년 6월 12일: 30% — 미중 무역 협상 타결
  • 2025년 12월 이후: 다시 35%→45% 로 재상승 — 새로운 관세 불확실성 대두

불과 몇 달 사이에 20%에서 45%까지 널뛴 이 지표는 AI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운지를 웅변한다. 같은 기간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2025년 4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0.5%까지 끌어내렸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이렇게 성장 동력이 약화되는 와중에도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미국 GDP 성장률을 최대 0.5%포인트나 떠받치고 있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거시경제가 AI 투자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AI 투자가 거시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형국이다.

참고: Goldman lifts 2025 growth forecast, cuts recession odds (Investing.com), Goldman Sachs lowers 2025 GDP target to 0.5% (Business Insider)


마이클 버리의 실전 경고: 10억 달러의 베팅과 '게임 중단'

마이클 버리는 단지 말로만 경고하지 않는다. 2025년 3분기 Scion Asset Management의 13F 공시에 따르면, 그는 AI 대표주를 상대로 대규모 풋옵션 포지션을 구축했다. 팔란티어(PLTR) 풋옵션 약 9억 1,200만 달러(전체 포트폴리오의 66%), 엔비디아(NVDA) 풋옵션 약 1억 8,650만 달러(14%) 등 총합이 10억 달러를 훌쩍 넘는 하락 베팅이었다.

버리가 이들 기업을 지목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실제로 AI 기술을 생산하지 않으면서 AI 붐의 포스터 차일드가 되었다"고 꼬집는다. 팔란티어의 경우 연간 매출이 4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함에도 주가 급등으로 임원 다섯 명이 서류상 억만장자가 되었다는 점을 특히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버리는 단순한 공매도 투자자가 아니다. 그는 평소에는 주로 매수(Long) 포지션을 취하며, 지금도 무리한 하락 배팅보다는 주식 노출도를 줄이고 현금을 확보할 것을 권한다. 직접적인 풋옵션 매수조차 비용이 크고 위험하다며, 일반 투자자에게는 탐욕을 거부하고, 포모(FOMO·소외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를 참아내며, 더 합리적인 시점이 올 때까지 인내하라 는 실질적 조언을 내놓는다.

이 발언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듯, 버리는 2025년 11월 13일 Scion Asset Management의 등록을 공식적으로 취소(deregister)했다.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이를 "근본적으로 조작된 게임에서 손을 뗀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수조 원대 자산운용사의 지위마저 내려놓은 셈이다.

참고: 'The Big Short' investor bets $1 billion against 'AI bubble' (Yahoo Finance), Billionaire Michael Burry Sends Investors a $1 Billion Warning (Motley Fool)


버리가 말하는 '숨겨진 리스크': AI 감가상각 회계 논란

버리의 경고 중 가장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논거는 빅테크 기업들의 감가상각 회계에 대한 문제 제기다. 2025년 11월, 그는 약 2년간의 침묵을 깨고 X(구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자산의 내용연수를 늘려 감가상각을 과소 계상하는 것은 이 시대 가장 흔한 회계 사기 중 하나다."

버리의 분석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들은 AI 서버의 실제 경제적 수명이 23년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56년으로 설정해 비용을 분산시키고 있다. 그 결과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약 1,760억 달러(약 240조 원)에 달하는 감가상각 비용이 과소 계상되고, 오라클의 보고 이익은 26.9%, 메타는 20.8% 부풀려지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막대한 이익의 상당 부분은 실제 현금 창출이 아니라 회계적 눈속임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AI 거품 논쟁이 단순한 밸류에이션 논의에서 회계 투명성 문제로 비화하는 순간이다.

참고: The 'Big Short' investor betting $1 billion against the AI bubble says Meta and Oracle's accounting is hiding the brutal truth (Fortune), Analysts Warn Over AI Chip Depreciation (Silicon UK)


'순환 자금'의 함정: CoreWeave가 보여주는 엔론의 그림자

버리와 또 다른 저명한 공매도 투자자 짐 차노스가 동시에 지적하는 구조적 위험은 순환 자금(Circular Financing) 이다. A가 B에게 돈을 빌려주고, B가 그 돈으로 A의 제품을 사는 식의 거래를 통해 실제 현금 창출 없이 외형만 부풀리는 방식이다.

대표적 사례가 AI 클라우드 업체 CoreWeave다. 이 회사는 엔비디아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엔비디아 GPU를 대량 매입하고, 이를 다시 엔비디아에 임대하는 구조로 급성장했다. 2025년 9월 기준 CoreWeave의 총부채는 188억 달러에 달했고,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전형적인 현금 흐름 악화 상태에 빠졌다. 버리는 이러한 자금 흐름을 "엔론(Enron) 붕괴의 초기 징후와 유사하다"고 직격했다. AI 생태계의 화려한 성장 스토리 뒤에 가려진 금융 공학의 민낯이다.

참고: Burry Calls 'Fraud' on Hyperscalers: 4 Pins Set to Pop the AI Bubble (Barchart), CoreWeave: Where AI Meets the Credit Cycle (S3 Partners)


구글의 엔화 채권 발행과 전례 없는 설비투자 경쟁

이러한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은 계속해서 AI 인프라로 몰려들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사상 최초로 엔화 표시 채권 발행에 나선 것은 이 자금 경쟁의 규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알파벳은 이번 엔화 채권을 포함해 지난 15개월간 달러, 유로, 파운드, 스위스프랑, 캐나다달러 등 6개 통화에 걸쳐 약 500억 달러를 조달했다. 일본 채권 시장의 깊은 유동성과 낮은 금리를 활용해 자금 조달 통로를 극단적으로 다변화한 것이다.

이렇게 모인 자금의 용처는 단 하나다. 알파벳의 2026년 CAPEX 가이던스는 1,800억~1,900억 달러로, 2025년 실제 지출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제 빅테크의 연간 설비투자는 한 국가의 GDP와 견줄 만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빅테크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그 광경은 더욱 압도적이다. 2025년 한 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메타 4개 기업의 CAPEX 합계는 최대 4,000억 달러에 이르며, 2026년에는 네덜란드 연간 GDP(약 1.1조 달러)마저 넘어설 전망이다.

기업 2025년 CAPEX 가이던스 특징
알파벳(구글) 910억~930억 달러 2024년 대비 약 77% 증가
마이크로소프트 약 800억 달러 단일 분기 349억 달러 기록
메타 700억~720억 달러 기존 가이던스에서 상향 조정
아마존 약 1,250억 달러 2026년 추가 증가 예상

UBS는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글로벌 AI CAPEX가 2025년 4,230억 달러에서 2030년 1.3조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제 AI 인프라 경쟁은 단순한 기술 패권 다툼을 넘어, 지구적 자본 배분의 지형 자체를 바꾸고 있다.

참고: Google 母公司 Alphabet 首次發行日圓債券,資本支出上限拉高到 1900 億美元 (BlockTempo), Big Tech's trillion-dollar AI bet grows riskier as spending soars (eMarketer), Big tech's 2025 AI capex race: Amazon leads the pack with $125B+ spend (Deriv)


댄 아이브스의 '혁명적 낙관': 1조 달러 현금과 3% 도입률의 의미

이 거대한 지출을 정당화하는 목소리의 선봉에는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가 서 있다. 그는 AI 혁명을 제4차 산업혁명 이라 명명하며, 현재 상황을 "9이닝 경기의 2회 초"에 불과하다고 표현한다.

아이브스의 낙관론을 떠받치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빅테크의 막강한 현금 보유력.웨드부시 추산에 따르면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약 1조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3,000억~4,000억 달러의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한다. 설령 AI 투자 수익이 지연되더라도, 이 정도 체력이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다.둘째, AI 도입률의 초기 단계.아이브스에 따르면 현재 AI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도입한 미국 기업은3%에 불과하며, 글로벌 도입률은1% 미만이다. 시장이 거의 개척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대로 향후 수십 배의 성장 잠재력이 남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셋째, AI 칩의 수요-공급 격차.아이브스는 AI 칩의 수요 대비 공급 비율이 여전히10대 1수준이라고 밝힌다. 엔비디아 칩이 공급 부족 상태를 지속하는 한,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가 거품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는 논리다. 그는 향후 34년간총 3조4조 달러의 AI 관련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이브스의 주장은 단순한 장밋빛 환상이 아니라, 냉정한 숫자에 기반한 '실체 있는 낙관'에 가깝다.

참고: Dan Ives makes bold tech prediction as AI boom enters 'second inning' (TheStreet), AI bubble or boom? Dan Ives says the AI party just began (Economic Times)


닷컴 버블과 지금이 다른 근본적 이유, 그리고 닮은 점

아이브스의 논리는 '이번은 다르다'라는 말로 요약된다. 실제로 닷컴 버블 시절과 현재 AI 붐을 정량적으로 비교해 보면, 차이는 극명하다.

구분 닷컴 버블(2000년) AI 붐(2025년)
연간 CAPEX 규모 약 1,210억 달러(통신사 포함) 약 4,000억 달러 이상
투자 주체 IPO 자금에 의존한 스타트업 현금흐름이 견고한 빅테크
수익성 상장 기술주 36%가 비수익 기업 주요 기업들 수백억 달러 FCF 보유
CAPEX/EBITDA 비율 AT&T 50~70% (2000년) 현재 빅테크도 유사 수준 도달

가장 큰 차이는 투자 주체의 질이다. 2000년대 초반 닷컴 열풍의 자금은 상당 부분 IPO를 통해 유입된 반면, 현재 AI 투자의 90% 이상은 검증된 수익 모델을 가진 소수 빅테크 기업이 집행한다. 검색, 클라우드, 광고 등 기존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현금이 AI 투자의 실패 위험을 흡수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설령 일부 AI 프로젝트가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더라도, 2000년처럼 시장 전체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닮은 점도 존재한다. 닷컴 버블 붕괴 후 불과 2년 만에 CAPEX가 약 3분의 2(66%) 증발했던 역사적 패턴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또한 CAPEX 대비 EBITDA 비율이 당시 AT&T와 지금의 빅테크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기술적 과잉 투자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AI 붐이 '실체 있는 변화'라 할지라도, 속도 조절에 실패하면 그 충격은 과거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참고: The AI Boom Must Bust (Newsweek), Is the AI boom a bubble? The trillion-dollar disconnect between capex and revenue (Financial Express)


탐욕 경계와 혁명적 낙관 사이에서

마이클 버리는 감가상각 회계 조작과 순환 자금의 민낯을 드러내며 "이 게임은 처음부터 조작되어 있다"고 말한다. 댄 아이브스는 1조 달러의 현금과 1%의 도입률을 들며 "이제 겨우 2회 초, 진짜 잔치는 지금부터"라고 응수한다.

지금 시장은 거대 기업들의 막대한 자본과 탄탄한 경제 지표가 뒷받침된 '실체가 있는 변화'의 과정에 있지만, 동시에 회계적 눈속임과 금융 공학이 만들어낸 '거대한 착시'의 정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분법 너머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결국 '숫자의 정직함'이다. CAPEX가 진짜 현금흐름으로 연결되고 있는지, 보고된 이익에 숨은 비용은 없는지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태도야말로 이 거대한 사이클을 항해하는 유일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