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월 7일 로이터 단독 보도 - 사실관계 정리
로이터는 7월 7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DeepSeek가 자체 AI 칩 개발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핵심 팩트는 다음과 같다.
| 항목 | 내용 |
|---|---|
| 칩 용도 | Training이 아닌 Inference 전용 |
| 개발 착수 시점 | 약 1년 전 (2025년 중반 추정) |
| 진행 단계 | 초기 단계. 칩 설계사·파운드리·메모리 업체와 협의 중 |
| 인력 채용 | 공개 채용 플랫폼을 거치지 않는 비공개 칩 설계 엔지니어 영입 |
| 목적 | Nvidia·Huawei 의존도 축소 |
| 시장 반응 | Nvidia 프리마켓 약 1.6% 하락 |
| 병행 이슈 | 창사 이래 첫 외부 자본 유치 — $7B 규모, 기업가치 $52~59B (6월 로이터 보도) |
주목할 대목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이 프로젝트는 어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1년째 진행 중이며, 공개 채용 없이 조용히 인력을 모아왔다. 둘째, 수년간 외부 투자를 거부해온 회사가 칩 개발과 동시에 첫 펀딩 라운드를 열었다. 반도체는 모델 개발과 자릿수가 다른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들도 안다.
또 하나. 이 칩은 Huawei를 겨냥한다. 미국 수출 규제 덕에 Huawei는 중국 내 $50B AI 칩 시장의 약 절반을 장악했지만, Alibaba(平头哥)·Baidu(Kunlun)가 자체 칩으로 잠식 중이고, 이제 DeepSeek까지 뛰어든다. "중국 AI 칩 시장 = Huawei 독식"이라는 등식은 이미 깨지고 있다.
2. 왜 놀랍지 않은가? - High-Flyer의 HFT 문화
DeepSeek의 모회사는 헤지펀드 幻方量化(High-Flyer)다. HFT(High-Frequency Trading) 하우스의 엔지니어링 문화는 일반 소프트웨어 회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마이크로초를 다투는 세계에서는 추상화 계층이 곧 비용이다. 그래서 이들은 최적화와 패킷 단위, 비트 단위를 최적화한다.
| 계층 | 일반 기업 | HFT 하우스 |
|---|---|---|
| 네트워크 | OS 표준 TCP/IP 스택 | Kernel bypass (DPDK, RDMA), 커스텀 프로토콜 |
| OS | 배포판 그대로 사용 | 커널 파라미터 튜닝, 실시간 커널, CPU pinning |
| 하드웨어 | 범용 서버 구매 | FPGA 기반 주문 처리, 커스텀 NIC |
| 데이터센터 | 클라우드/코로케이션 | 거래소 인접 자체 구축 (co-location) |
추상화 계층을 신뢰하지 않고, 병목이 보이면 그 아래 계층으로 내려가서 직접 고친다. 이것이 HFT의 DNA이고, DeepSeek는 이 문화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증거는 이미 공개되어 있다.
| 시점 | DeepSeek의 인프라 수직 통합 행보 |
|---|---|
| 2019~2021 | High-Flyer, Fire-Flyer 1·2 자체 AI 슈퍼컴퓨터 구축 (A100 1만장 규모) |
| 2024 | V3 학습에 PTX 레벨(어셈블리 수준) GPU 최적화 적용 — CUDA 추상화를 우회 |
| 2024 | DualPipe(파이프라인 병렬화), FP8 혼합정밀도 학습 자체 개발 |
| 2025.02 | 3FS(Fire-Flyer File System) 오픈소스 공개 — AI 워크로드 전용 분산 파일시스템을 아예 새로 설계 |
| 2025~ | 자체 IDC 인프라 확충 |
| 2025 중반~ | 자체 추론칩 개발 착수 (이번 로이터 보도) |
파일시스템을 새로 만든 회사다. H800이라는 규제 대응용 저사양 칩으로 미국 프론티어 모델을 추격한 회사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최적화로 짜낼 수 있는 것을 다 짜내면, 남은 병목은 실리콘 그 자체다. 커널을 뜯던 손이 칩을 뜯는 것은 문화적으로 필연이다.
3. 왜 Inference인가?
Training이 아닌 추론 전용 칩을 택한 것은 합리적이다.
| 구분 | Training 칩 | Inference 칩 |
|---|---|---|
| 시장 성장 | 성숙 국면 진입 | AI 컴퓨팅 수요 중 가장 빠르게 성장 |
| 요구 사양 | 범용 고성능 GPU, 대규모 HBM |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 저전력·저비용 가능 |
| 설계 난이도 | 극도로 높음 (Nvidia 독주) | 특정 모델 아키텍처에 특화 가능 |
| 규제 노출 | 첨단 공정·HBM 필수 → 규제 직격 | 성숙 공정으로도 경쟁력 확보 여지 |
여기에 DeepSeek만의 결정적 이점이 있다. 자사 모델 아키텍처(MoE, MLA)에 맞춰 하드웨어를 co-design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범용 칩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자기 모델을 자기 칩에서 돌리는 회사이므로, 필요 없는 기능을 다 걷어내고 토큰당 비용(cost per token)만 최적화하면 된다. OpenAI가 Broadcom과 만든 추론칩 Jalapeno(지난달 공개), Anthropic의 자체 칩 검토(4월 로이터 보도)와 같은 흐름이지만, DeepSeek는 이미 PTX 레벨까지 내려가 본 팀이라는 점에서 소프트웨어 - 하드웨어 통합 역량의 출발점이 다르다.
4. RISC-V 시나리오 - 보도에는 없지만, 정황은 가리킨다
명확히 해두자. 로이터 보도는 ISA(명령어 집합)를 특정하지 않았다. RISC-V 채택은 현재로서는 추정이다. 다만 정황 증거는 상당히 일관된 방향을 가리킨다.
| 근거 | 내용 |
|---|---|
| 로열티 구조 | RISC-V는 오픈소스 ISA — ARM 라이선스 비용·미국 관할 리스크 모두 회피 |
| 규제 내성 | ISA 자체가 규제 대상이 될 수 없는 국제 표준 (RISC-V International은 스위스 소재) |
| 중국의 설계 축적 | 중국과학원 XiangShan(香山), Alibaba T-Head XuanTie 시리즈 등 세계 최고 수준의 RISC-V 설계 경험 보유 |
| 정책 방향 | 베이징의 반도체 자립 드라이브와 정확히 일치 |
| 산업 동향 | Tenstorrent(Jim Keller), SiFive, Meta, Alibaba 등이 RISC-V 기반 AI 가속기에 대규모 투자, AI 가속기 내 RISC-V 채택 연평균 40%+ 성장 전망 |
| 아키텍처 적합성 | 커스텀 NPU/가속기 블록을 자유롭게 결합 가능 — 자사 모델 특화 설계에 최적 |
특히 마지막 항목이 중요하다. 소프트웨어를 어셈블리 레벨까지 뜯어 최적화하는 팀에게, 명령어 집합까지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개방형 ISA는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지다.
5. 냉정한 제약 조건
낙관만 할 수는 없다. 병목은 설계가 아니라 제조와 메모리다.
| 제약 | 내용 | 심각도 |
|---|---|---|
| 파운드리 | 미국 규제로 TSMC 등 해외 첨단 파운드리 접근 차단. SMIC 7nm는 수율·캐파 한계 | 높음 |
| HBM | 미국의 대중 HBM 수출 통제 — 추론칩에도 메모리 대역폭은 핵심 | 높음 |
| 시간 | 경쟁력 있는 칩 설계는 통상 수년 + 대규모 자본 소요 | 중간 |
| 해외 판매 | 첨단 제조 접근 없이는 중국 밖 판매 사실상 불가 (Radio Free Mobile 분석) | — (애초에 목표 아님) |
다만 두 가지 반론이 가능하다. 첫째, 추론칩은 학습칩만큼 첨단 공정이 절대적이지 않다. 성숙 공정 + 아키텍처 특화 + 저전력 설계로 자사 워크로드 한정 경쟁력은 확보 가능하다. 둘째, DeepSeek는 애초에 칩을 팔 회사가 아니다. 자사 서빙 비용 절감이 목적이라면 "Nvidia를 이기는 칩"이 아니라 H20보다 토큰당 비용이 싼 칩이면 충분하다. 허들이 전혀 다르다.
6. 미국 규제의 아이러니
2023년 말 H800 금수 조치는 DeepSeek를 죽이지 못했다. 오히려 시장의 존재감을 키웠다.
- 저사양 칩 제약 → 극한의 소프트웨어 최적화 → R1 쇼크(2025년 1월)로 미국 기술주 폭락
- Nvidia 첨단칩 차단 → Huawei가 중국 내 $50B 시장의 절반 장악
- 지속 규제 → Alibaba·Baidu·DeepSeek 자체 칩 개발 → 중국 AI 칩 생태계의 다변화·자립화 가속
규제는 중국의 AI 발전을 늦추는 데 일부 성공했을지 모르나, 동시에 중국 반도체 굴기와 AI 독립의 가장 강력한 촉매가 되고 있다. 량원펑(梁文锋)이 2024년 인터뷰에서 "칩 수출 통제가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을 때, 그 도전은 이제 자체 실리콘이라는 응답으로 돌아오고 있다.
7. 투자자 관점 체크리스트
| 관전 포인트 | 함의 |
|---|---|
| 파운드리 파트너 확정 여부 | SMIC 채택 시 공정 한계 → 성능 상한 가늠 가능 |
| 메모리 파트너 | CXMT 등 중국산 HBM 대체재 채택 여부 — 국내 메모리(SK하이닉스·삼성) 대중 매출에 간접 신호 |
| 차기 DeepSeek 모델의 하드웨어 타깃 | Ascend 최적화 지속 vs 자체칩 전제 설계 — Huawei와의 관계 변화 리트머스 |
| Nvidia 중국 매출 | 이미 "중국에서 제로에 수렴" (애널리스트 평) — 이번 건의 직접 타격은 제한적, 심리적 압박은 지속 |
| OpenAI Jalapeno·Anthropic 칩 행보 | 프론티어 랩의 수직 통합이 글로벌 표준이 되는지 — Broadcom 등 커스텀 실리콘 밸류체인 수혜 |
결론
DeepSeek의 칩 개발은 돌발 뉴스가 아니라 궤적의 연장선이다. TCP/IP를 뜯고, 파일시스템을 새로 쓰고, CUDA 아래 PTX까지 내려갔던 회사가 마지막으로 내려갈 계층은 실리콘뿐이었다. HFT의 세계에서 배운 교훈 — 추상화는 비용이고, 병목은 직접 소유해야 제거된다 — 이 이제 AI 인프라 전체에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워싱턴이었다.
참고: 본 칼럼의 RISC-V 관련 서술은 공개 보도가 아닌 정황 기반 추정임을 밝힌다. Reuters (2026.07.07), AI타임스, 전자신문 보도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