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말: 평화의 종말과 역사의 귀환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는 1941년 진주만 공습과 함께 시작되어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과 함께 종말을 고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전후 국제질서는 구식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우리를 향한 무기"라고 단언했다. 워싱턴이 스스로 무너뜨린 이 질서의 공백 속에서, 국제 사회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오래된, 그러나 어쩌면 예정된 시나리오로 빠져들고 있다.


본론 1. AI 패권 전쟁 — 21세기형 투키디데스 함정

하버드 대학교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2012년 개념화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신흥 강대국이 기존 패권국에 도전할 때, 지배국의 두려움이 과잉 대응을 낳고 결국 충돌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그 최전선에 인공지능(AI)이 있다. 백악관 AI 차르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에 따르면, 미국의 AI 반도체는 중국보다 1~2년 앞서 있으며, 생성형 AI 분야에서는 약 6개월의 격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2026년 상반기, 이 전략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2월 H200 칩 대중 수출을 매출의 25% 수수료 조건으로 승인했고, 미 상무부는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JD닷컴 등 약 10개 중국 기업에 사당 최대 75,000개의 H200 라이센스를 발급했다. 그런데 단 한 건의 선적도 이뤄지지 않았다. 베이징이 자국 기업에 화웨이 어센드 칩 사용을 압박하며 통관을 지연시킨 결과, 한때 중국 첨단 AI 칩 시장의 95%를 장악했던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젠슨 황 CEO 본인의 표현대로 "사실상 0%"로 추락했다.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화웨이다. 화웨이는 2026년 AI 칩 매출 전망을 120억 달러(전년 대비 60% 증가) 로 제시했고, 어센드 910C에 이어 950PR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상징적인 사건은 DeepSeek의 V4 모델이다. 학습은 엔비디아 칩으로 했지만 추론(inference)은 화웨이 950PR로 전환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되자, 젠슨 황은 "DeepSeek가 화웨이 위에서 먼저 출시되는 날이 우리 국가에 끔찍한 시나리오"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봉쇄가 오히려 중국의 자립 사이클을 가속시킨 셈이다.


본론 2. 관세 전쟁과 자원 전쟁 — 사라진 '저렴한 세계'와 비대칭 보복의 확대

2018년 시작된 무역 전쟁은 2025년에 이르러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 관세가 부과되는 전면전으로 확대되었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은 약 30% 급감했고,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서 10% 미만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이 전쟁의 진정한 충격은 중국의 비대칭 반격에서 드러났다. 바로 희토류 카드다. 2025년 4월, 7개 중(重)희토류 수출 라이센스 제도가 도입되었고, 10월에는 갈륨·게르마늄·안티몬·흑연으로 확대됐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60%, 정제의 90%를 통제하며, 통제 직후 EU 시장에서 희토류 가격은 최대 6배 폭등했다. 10월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으로 2026년 11월 10일까지 '일시 중단'됐지만 법적 근거는 그대로다. 더 나아가 중국은 2026년 1월부터 은·텅스텐·안티몬을 전략물자로 격상했고, 일본 기업 20곳을 통제 리스트에 추가하며 사실상 역외 적용을 본격화했다.


본론 3. 회색지대 충돌 — 대만 해협과 통화 패권의 균열

2025년 12월 29~30일 중국 인민해방군은 '정의의 사명 2025' 봉쇄 훈련에서 항공기 125대, 군함 17척, 해경 17척을 동원했고, 로켓 포병이 대만 해안에서 24해리 안쪽 해상에 실탄을 발사한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CSIS와 AEI는 이를 '봉쇄 시나리오의 실전 리허설'로 분석한다. 트럼프는 "시진핑과의 좋은 관계"를 들어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했다 — 패권국 지도자가 도전국의 무력시위를 '개인적 친분'으로 치환하는 인지 부조화다.

통화 전선도 흔들리고 있다. 2026년 3월, 인도 정유사들은 러시아산 원유를 위안·디르함으로 결제하기 시작했고, 이란은 호르무즈 통과 유조선에 위안화 통행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mBridge는 387.2억 위안(약 550억 달러)을 처리했고 거래의 95%가 디지털 위안화다. CIPS는 2025년 245조 달러 상당을 처리했다. 2025년 사상 처음으로 외국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가치가 미 국채 보유 가치를 추월했다.


본론 4. 한국 산업의 비대칭 충격 — 반도체·배터리·조선의 세 갈래 운명

미·중 충돌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업종별로 운명이 극단적으로 갈린다.

1) 반도체 — 외줄타기

미국은 2026년 한 해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연간 라이센스(Annual License)체제로 중국 내 D램·낸드 생산시설용 미국산 장비 반입을 한시 허용했다. 기존의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면제는 2025년 12월 31일 종료됐고, 이제는 매년 정치적 평가를 거쳐야 한다. 동시에 중국은신증설 생산능력의 50%를 자국산 장비로 채울 것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양국 사이에 끼인 한국 반도체 기업은 "미국 라이센스 + 중국 국산화 쿼터"라는 이중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이 자사 HBM 매출의 약 20~30%를 차지해 SK하이닉스(대부분 미국 엔비디아 공급)보다 노출도가 훨씬 크다. 반대로, 미국 시장에서 한국 HBM과 첨단 메모리에 대한 수요는 폭증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미국 우선' 전략이 답이다.

2) 배터리 — 광물에 목을 매다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미국 IRA 보조금 수혜를 위해 미국 내 합작 공장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지만, 양극재·음극재의 흑연·코발트·갈륨은 여전히 중국 공급망에 깊이 묶여 있다. 2025년 10월 중국의 흑연·갈륨 수출 통제가 발동되자 한국 배터리 업계는 즉각 원가 상승 충격을 받았다. 11월 일시 중단으로 한숨 돌렸지만, 2026년 11월 만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공급망 다변화 압력은 더 커진다. 호주·캐나다·아프리카 자원 외교가 절실해졌다.

3) 조선 — 30년 만의 슈퍼사이클

가장 극적인 수혜 업종이다. 미국 조선소는 414개에서 21개로 줄었고, 작년 전 세계 1,910척 발주 중 미국이 수주한 것은 단 2척이었다. 미 해군 함정은 219척으로 중국 해군(234척)에 추월당했다.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한국이다.

한화오션은 2024년 8월 USNS Wally Schirra(40,000톤)의 MRO를 수주해 한국 조선소 최초로 미 해군 함정 정비를 완료했고, 12월 필리(Philly) 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해 미국 본토 함정 건조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트럼프는 2026년 5월 한화 그룹과 새 호위함 클래스 협력을 공식화했다. 미 해군 MRO 시장 규모는 150억 달러, 마진은 15%에 달한다. HD현대중공업은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HII)와 차세대 군수지원함을 공동설계 중이고, '대형 함정의 한국 건조 허용 법안(Ensuring Naval Readiness Act)'이 미 의회에 상정됐다.

미국이 일본·필리핀·인도 조선소를 검토하는 와중에 한국이 일단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의 군사 인프라 일부가 된다는 뜻이다. 동맹이 아니면 허용되지 않을 특혜를 한국에 주고 동북아시아에서 쇠퇴하는 영향력을 붙잡는 동시에 동북아시아에서 일본과 함께 대리인이 되라는 말이다.


본론 5. 금융시장의 진영화 — TSMC·엔비디아·SMIC·화웨이의 분할된 운명

자본시장은 두 진영의 분리를 가장 잔인하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네 종목의 시나리오는 패권 디커플링 중이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팹 가동과 일본 구마모토 팹 확장으로 '서방 진영의 파운드리'라는 지위를 굳혔고, 엔비디아 H100/H200/B200 수요가 폭증하면서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안착했다. 다만 대만 본섬 의존도(전체 생산의 90% 이상)와 PLA의 봉쇄 리허설은 영구적 지정학 디스카운트, 리스크를 가진다.

엔비디아는 H200의 25% 수수료·75,000개 한도 라이센스를 받았음에도 중국 매출이 사실상 증발했다. 한때 중국 첨단 AI 칩 시장 95%를 점유했으나 현재는 0%에 가깝다. 미국·유럽·인도·중동 수요로 성장은 지속되지만, 중국 매출 손실분(연 130~200억 달러 추정)은 이미 주가에서 영구 차감되고 있다. 5월 14일 미중 정상 회담에서 중국 수출이 허가되면서 반전의 희망을 보이고 있다.

SMIC는 중국의 '영웅'이다. ASML EUV 봉쇄에도 불구하고 7nm DUV 멀티패터닝으로 화웨이 어센드 910C 양산을 지원했다. 화웨이는 비상장이지만 그 위성 기업인 캄브리콘(Cambricon) 의 2026년 1분기 매출은 4.23억 달러로 분기 최고치다. 중국 정부 보조금과 자국 클라우드(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수요가 결합되어 SMIC와 캄브리콘은 '중국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 자산이 되었다.

핵심은 이것이다. 2018년 이전에는 한 종목으로 글로벌 AI 익스포저를 가질 수 있었다. 2026년부터는 진영별로 따로 투자한다.

서방 진영(엔비디아, TSMC, ASML, 브로드컴, 한국 메모리 3사, AMD)과 중국 진영(SMIC, 캄브리콘, 화웨이 비상장, 알리바바 클라우드, 바이두 쿤룬)이 별도의 가격 형성과 별도의 멀티플(P/E)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 투자자(서학개미)는 미국 빅테크와 한국 반도체에 분산되어 있지만, 진영화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단일 진영 베팅의 리스크에 노출되었다.


본론 6. 패권국의 딜레마 — 빅테크와 농민의 희생, 그러나 잃어버릴 10년

여기서 이 칼럼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 등장한다. 이 전쟁은 미국에 명백한 손실 게임인데, 왜 미국은 멈출 수 없는가?

미국이 잃는 것은 천문학적이다. 애플의 FY2025 중화권 매출은 644억 달러였고, 상위 200개 공급사의 거의 절반이 중국·홍콩·대만에 있다. JP모건 추정으로 애플 제품의 95%가 중국과 대만에서 제조된다. 인도·베트남 이전을 추진하지만 부품의 90%는 여전히 중국에서 와야 하고, 우회 생산은 중국 대비 5~10% 더 비싸다. 테슬라는 옵티머스 로봇 공급망의 70%를 중국에 의존하며, 최근 산화(Sanhua)에 6.85억 달러 액추에이터를 발주했다. 머스크 본인이 중국 희토류 통제에 공개 비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농업 부문은 더 처참하다. 2024년 240억 달러였던 미국의 대중국 농산물 수출은 2025년 170억 달러(-30%), 2026년 전망은 90억 달러까지 떨어진다 — 2018년 무역전쟁 직전 수준이다. 2025년 1월 이후 미국의 대중국 농산물 수출은 73% 급감했고, 미국 대두 농가는 2025년 1~8월 중국에 단 2.18억 부셸을 수출하는 데 그쳤다(2024년 같은 기간 9.85억 부셸). 반면 같은 기간 브라질은 25억 부셸을 중국에 수출했고, 2025년 중국 대두 수입의 93%를 브라질이 차지했다. 미국 농민의 시장을 메우기 위해 브라질은 아마존 우림을 베어내며 경작지를 확장하고 있다. 중서부와 남부의 미국 농민, 즉 트럼프 지지 기반의 핵심 유권자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요컨대 미국은 빅테크의 공급망과 농민의 수출 시장이라는 두 개의 살을 베어내며 이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단 하나다. 만약 지금 중국을 누르지 못하면, 늦어도 10년 뒤에는 동북아시아의 패권과 영향력 자체를 잃기 때문이다.

화웨이 어센드가 2027년 이후 엔비디아를 따라잡고, CIPS가 SWIFT를 일부 대체하며, PLA가 대만 봉쇄를 실전화하면, 그 다음 단계는 한국·일본·필리핀이 안보는 미국, 무역·기술·결제는 중국이라는 이중구조에서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자유무역 시대의 손익계산서로 보면 미국은 매년 손해를 보지만, 패권의 회계, 제국의 관점은 다르게 계산된다. 단기적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도전국의 결정적 추월을 막는 것, 이것이 투키디데스 함정 속 모든 패권국이 내린 동일한 선택이다.


본론 7. 새로운 사두정치(Tetrarchy) — 일본·이스라엘·사우디라는 대리 통치자

여기서 우리는 묘한 데자뷰를 마주한다. 서기 293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광대해진 로마 제국을 혼자 통치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 사두정치(Tetrarchy) 체제를 도입했다. 두 명의 정제(Augustus)와 두 명의 부제(Caesar)가 제국을 동·서, 그리고 다시 남·북으로 분할 통치하는 시스템이었다. 중앙은 권위를 유지하되, 변경의 실질 통치는 현지의 대리인에게 맡긴 것이다.

2026년의 워싱턴이 채택한 전략이 정확히 이것이다. 단극 패권을 유지할 자원이 부족해지자, 미국은 핵심 지역마다 '대리 정제(proxy Augustus)'를 세우는 분할 통치로 이행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대리인은 일본이다. 이시바 시게루 내각은 방위비를 GDP의 2%로 인상하고, 토마호크 미사일을 도입했으며, 한·미·일 안보 협의체를 사실상 미니 NATO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미국은 일본에 반도체 장비(도쿄일렉트론), 첨단 소재(JSR·신에쓰), 조선 MRO, 대잠 작전의 1차 책임을 위임했다. 일본은 자발적으로 이 역할을 수락하며 '정상 국가'화의 명분을 얻었다.

한국은 이 구도에서 일본의 '부제(Caesar)' 위치, 즉 보조 대리인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조선 MRO와 반도체 메모리에서는 사실상 일본을 압도하거나 동등하지만, 정치적 위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중동의 대리인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중 축이다. 이스라엘은 안보·정보·사이버 영역의 패권을 위임받고(이란 봉쇄와 2026년 2월 28일 합동 타격이 그 정점), 사우디아라비아는 에너지와 페트로달러 방어를 위임받았다.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 무함마드 빈 자이드의 UAE 디지털 패권 추구, 그리고 아브라함 협정의 확장이 이 분할 통치 구조의 가시적 결과물이다. 미국은 직접 주둔 비용은 줄이되, 이 두 대리인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의 위안화 통행료 시도를 견제하고 있다.

이 사두정치 체제는 우아하지 않다.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시스템도 그의 퇴위와 함께 곧 내전으로 무너졌고, 결국 콘스탄티누스의 단일 황제 체제로 회귀했다. 단, 그 과정에서 로마는 동·서로 영구히 갈라졌고 서로마는 200년 후 멸망했다. 21세기의 미국은 자신이 콘스탄티누스가 될지, 디오클레티아누스의 후계자가 될지 아직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이 이 분할 통치 구조의 자율적 행위자(actor)가 아니라 일본의 '하위 파트너'로 배치될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론 8. 역사의 교훈 — 장기적 관점에서의 권력 이관

앨리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500년간 신흥 세력과 패권국 간의 충돌 사례 16건 중 무려 12건(75%) 이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패권 교체기의 구조적 숙명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미국 패권이 빠르게 침식되고 있으며, 세계는 '팍스 아메리카나'에서 '팍스 멀티폴라리스(Pax Multipolaris)', 즉 다극화된 혼돈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여기서 한국이 처한 위치는 특히 가혹하다. 한국 경제는 미국 시장(반도체·자동차·방산)과 중국 공급망(중간재·희토류·배터리 원료)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 AI 칩 통제, 희토류 통제, 대만 봉쇄, 통화 분열, 사두정치적 위계화. 다섯 전선 어디서 균열이 발생해도 한국은 즉각적 타격을 받는 구조이다.

'경중안미(經中安美)'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협력한다는 한국의 과거 대외 정책 기조이지만, 이제는 중국의 부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갈등 심화와 공급망 재편으로 이 분리 대응이 어려워지면서 안보와 경제 모두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거나 실용적인 균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맺은 말: 해결 불가능한 문제, 적응해야 할 현실

현재 미·중 관계는 단순한 무역 갈등이 아니라, 국제 체제의 근본적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붕괴, AI 반도체와 희토류를 둘러싼 비대칭 경쟁, 대만 해협의 군사 봉쇄, 페트로달러의 균열, 한국 산업의 비대칭 충격, 자본시장의 진영화, 그리고 새로운 사두정치 체제.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큰 그림, 제국의 충돌 이라는 그림의 조각들이다.

문제의 본질은 이것이 해결 가능한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될 구조적 '과정'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매년 빅테크와 농민의 살을 베어낸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다. 도전국의 결정적 추월을 막는 것이 패권국의 유일한 합리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 누가 누구의 편에 서느냐가 다음 100년의 동북아 질서를 결정한다. 한국에게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전략의 설계 문제다. 일본의 '부제'로 머물 것인가, 독자적 정제의 자격을 확보할 것인가?

이제 중요한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충돌의 시대에 어떻게 적응하며 생존할 것인가이다. 디오클레티아누스 이후의 로마가 가르쳐주는 것은, 분할 통치 자체가 답이 아니라 그 안에서 누가 살아남느냐의 게임이라는 사실이다.


부록: 투자 시사점

진영별 포트폴리오 전략과 한국 조선·방산 종목 분석

본 부록은 분석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A. 진영별 포트폴리오 분리 전략

A-1. 핵심 가설: 단일 글로벌 익스포저의 종언

2018년 이전 글로벌 AI·테크 익스포저는 '엔비디아 + TSMC + 애플 + 삼성전자' 같은 다국적 종목 조합으로 한 진영에서 완성될 수 있었다. 공급망과 자본시장이 통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6년부터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 미국 라이센스 + 25% 수수료, 그러나 베이징의 자국 우선 정책으로 엔비디아 중국 매출 사실상 증발
  • 중국 신증설 capacity의 50% 자국 장비 의무화 → ASML·AMAT·LRCX의 중국향 매출 구조적 축소
  • CIPS·mBridge의 95% 디지털 위안화 결제 → SWIFT 기반 핀테크와 별도 진영 형성
  • 희토류·갈륨·흑연·은의 전략물자화 → 서방 진영의 원자재 인플레이션 영구화

결론. 동일 산업이라도 서방 진영과 중국 진영이 별도 가격, 별도 멀티플(P/E), 별도 성장 곡선을 갖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투자자는 두 진영을 의식적으로 분리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A-2. 진영별 종목 매트릭스

분류 서방 진영 (Pax Americana 잔존) 중국 진영 (자립 사이클)
AI 칩 설계 NVDA (엔비디아) / AMD / AVGO (브로드컴) Cambricon (캄브리콘 688256.SH) / Huawei (비상장)
파운드리 TSM (TSMC) / GFS (글로벌파운드리스) SMIC (981.HK) / Hua Hong (1347.HK)
반도체 장비 ASML / AMAT / LRCX / KLAC / TEL NAURA / AMEC / SMEE (비상장)
메모리 Micron /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YMTC / CXMT (둘 다 비상장)
클라우드·AI 모델 MSFT / GOOGL / META / AMZN / Anthropic·OpenAI (비상장) BABA Cloud / Tencent Cloud / Baidu / DeepSeek (비상장)
전기차·로봇 TSLA / Rivian / Boston Dynamics (비상장) BYD / NIO / Li Auto / XPeng / Unitree
결제·핀테크 V (비자) / MA (마스터카드) / PYPL Ant Group / Tencent Pay / mBridge 참여국 CBDC
희토류·소재 MP Materials / Lynas (호주) / 포스코퓨처엠 China Northern Rare Earth / Ganfeng Lithium
조선·방산 인프라 HII / GD / 한화오션 / HD현대중공업 CSSC (중국선박집단, 600150.SH) / CSIC

A-3. 시나리오별 추천 비중 (예시)

시나리오 / 투자 성향 서방 진영 중국 진영 금·원자재·신흥국 핵심 메시지
적극적 미국 베팅 (미국이 결정적으로 누른다) 75% 5% 20% AI 칩 수퍼사이클 + 한국 조선·방산 수혜
균형 헤지 (장기 양극 공존) 55% 20% 25% 양 진영 모두에 노출, 금·원자재로 변동성 헤지
비대칭 베팅 (중국 추월 가능성) 45% 35% 20% 중국 자립 사이클의 멀티플 정상화 기대
블록 외부 베팅 (다극화 가속) 40% 15% 45% 인도·동남아·중남미·중동의 글로벌 사우스 부상

위 비중은 시나리오별 상대 비교를 위한 예시이며, 개인의 투자 목표·위험 허용도·세금 상황을 반영해 조정해야 한다. 직접 투자가 어려운 경우 진영별 ETF(서방: SOXX, IGV / 중국: KWEB, CHIH / 원자재: REMX, COMT)로 대체 가능.

A-4. 진영 분리 시대의 5가지 투자 원칙

  1. 미국 빅테크라도 중국 매출 비중을 확인하라 (애플 중국 매출 644억 달러, 단계적 영구 차감 가능성)
  2. '국적 분산'이 아니라 '진영 분산'이다 (대만은 서방 진영, 홍콩 상장은 중국 진영)
  3. 한국 종목은 '서방 진영의 핵심 부품 공급자' 프레임으로 재평가하라 (메모리·조선·방산 동시 수혜)
  4. 희토류·갈륨·흑연·은 등 전략 원자재 ETF는 영구적 핵심 보유 자산이다 (REMX, URA 등)
  5. 통화 분열 헷지로 금·달러·디지털자산을 일정 비중 보유하라 (외국 중앙은행 금 보유액이 사상 처음 미 국채 추월)

B. 한국 조선·방산 종목 분석

B-1. 매크로 테제: 'MASGA'와 사두정치의 군수 인프라

본론 4·7에서 다룬 두 흐름이 만나는 지점이 한국 조선·방산이다. 미국 조선소 414개 → 21개, 미 해군 219척 < 중국 해군 234척, 한국이 사두정치 체제에서 '일본의 부제' 위치를 강요받는 상황 — 이 세 조건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K-방산·조선은 역사상 처음으로 서방 진영 군수 인프라의 1차 공급자 자리에 진입했다. 2025년 K-방산 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KAI·LIG넥스원·현대로템) 합산 영업이익 전망 약 5.2조원, 수주잔고 사상 첫 100조원대가 이를 입증한다.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은 표어이지만, 그 실질 콘텐츠를 한국이 채우게 된다.

B-2. 종목별 개요

종목 티커 핵심 모멘텀 리스크 요인
한화오션 042660 KS USNS Wally Schirra·Yukon MRO 완료 / Hanwha Philly Shipyard($100M) 인수 / 캐나다 CPSP 잠수함(최대 60조원) 1H26 결정 / 2026 매출 13.8조·영업이익 1.65조 전망 / 미 신형 호위함 클래스 협력 공식화 폴란드 잠수함 실패의 그늘 / 일회성 인건비 부담 / 캐나다 잠수함 탈락 시 모멘텀 약화
HD현대중공업 329180 KS HDF-6000 이지스급 호위함 (사우디 차기 호위함) / 사우디 IMI 조선소 합작 (현지 건조) / HII와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설계 / 세종대왕급·정조대왕급 이지스함 기술력 / Ensuring Naval Readiness Act 수혜 미국 본토 조선소 미보유 (한화 대비 열위) / 사우디 호위함 경쟁자 다수 / 정책 변화 리스크
HD한국조선해양 009540 KS HD현대중공업·삼호·미포의 지주사 / LNG선 슈퍼사이클 통합 수혜 / 조선 + 해양플랜트 + 친환경 선박 지주사 할인 / 자회사 실적 의존도
삼성중공업 010140 KS LNG선·FLNG 중심 고수익 상선 / 해양플랜트 사이클 반등 방산 익스포저 상대적 부재 / 군용 함정 라인업 약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012450 KS K9·천무 폴란드·이집트·인도·노르웨이·에스토니아 / 폴란드 K9 EC3(7조원), 천무 유도탄(5.6조원) / 2025 영업이익 3.4조원, 2026 대형 수주 기대 / 미 조선소 지분 40% 인수로 미주 진출 / 한화시스템·한화오션과 통합 솔루션 4분기 일부 컨센서스 하회 우려 / 단기 주가 프리미엄 과열 / 환율 변동
한화시스템 272210 KS 레이더·전자전·통신·위성 (수직 통합) / 한화오션 함정에 통합 솔루션 공급 / 천궁-II 레이더 등 정밀 무기 핵심 한화그룹 내 거버넌스 이슈 / 위성 사업 손익분기 시점 불확실
LIG넥스원 079550 KS 천궁-II(M-SAM) 중동·유럽 수출 / 2027년 중동 L-SAM 시리즈 출시 계획 / 캐나다 K잠수함 시 어뢰공장 현지 설립 제안 / 중동 시장 독보적 입지 2,200억원 공모채 발행 (자금 조달 부담) / 이미 PER 프리미엄 반영
현대로템 064350 KS K2 전차 폴란드 2차 9조원 계약 / 루마니아 14조원(전차·장갑차) 1H26 결정 / 페루 전차·장갑차 총괄합의 (중남미 첫 수출) / 철도(뉴욕 등) + 방산 양대 축 단일 계약 의존도 (루마니아 결정 영향 큼) / 철도 부문 수익성 변동
한국항공우주(KAI) 047810 KS FA-50 폴란드·말레이시아·UAE 수출 / KF-21 보라매 양산 진입 / 누리호·차세대 발사체 우주 사업 / 사우디 WDS 2026에서 마케팅 강화 미·중 갈등이 항공기 부품 공급망에 영향 / KF-21의 본격 수출은 2027년 이후

B-3. 2026년 핵심 이벤트 캘린더 (수주 트리거)

  • 1H26: 캐나다 CPSP 차세대 잠수함(최대 60조원) — 한화오션 결과
  • 1H26: 루마니아 전차·장갑차(14조원) — 현대로템 결정
  • 2026 상반기: 사우디 차기 호위함(HDF-6000) — HD현대중공업
  • 2026: 폴란드 K9 EC3(7조원), 스페인 K9(7조원), 루마니아 레드백(4조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2026: 호주 차기 호위함 — HD현대 + 한화 (실패 시 K-조선 신뢰도 타격)
  • 2026~2027: 미 해군 MRO 추가 함정 확대 —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 연중: 태국 수상함, 사우디 호위함 외 중동 방산 수주 — LIG넥스원·KAI·한화

B-4. 포지셔닝 가이드

  • 코어(Core):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HD한국조선해양 + 한화오션 — 그룹사 통합 솔루션 + 미 해군 + 유럽 수출의 삼각편대
  • 위성(Satellite): LIG넥스원(중동 정밀유도) + 한화시스템(레이더·위성) + 현대로템(루마니아) — 단일 이벤트형 알파 추구
  • 옵션(Optional): KAI(KF-21 본격화는 2027+), 삼성중공업(LNG 사이클 한정 수혜) — 매크로 베타 추가 시
  • 헤지(Hedge): 미국 방산 ITA·XAR, 일본 미쓰비시중공업(MHI), 록히드마틴(LMT) — '대리 정제' 일본의 부상 및 한국 외교 리스크 대비

B-5. 구조적 리스크 — 사두정치 체제가 만들 수 있는 함정

  1. 일본 우선주의: 미국이 동북아 1차 대리인을 일본으로 명확히 할 경우, 한국 조선·방산의 위계가 격하될 수 있음
  2. 정권 교체 리스크: 미 정권 교체로 'America First → Allies Last'로 회귀 시 한국 본토 건조 허용 법안 좌초 가능
  3. 중국 보복: 한국이 미 해군 MRO·호위함 건조에 깊이 들어갈수록 한한령 같은 비대칭 보복 노출
  4. 단기 멀티플 과열: K-방산 4사 12개월 수익률이 코스피 대비 2~3배 프리미엄 — 단기 조정 가능성
  5. 인력·CAPEX 병목: 조선소 인력 부족과 잠수함 등 고난도 함정의 기술 격차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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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경 eureka. (2026, 3월 11일). 한화오션 주가 전망 — LNG선과 방산.
  • 녹색경제신문. (2025, 12월). [2025 결산] K-방산, '글로벌 강자'로 우뚝.
  • Williams, S. (1985). Diocletian and the Roman Recovery. (사두정치 체제 비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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